루게릭병을 이겨내고 블랙홀과 시간의 비밀을 연구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로 대중에게 과학을 가까이 가져온 그의 삶과 업적을 돌아봅니다.
움직일 수 없어도,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한 스티븐호킹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단지 과학자나 천체물리학자라는 단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중력을 지배하는 블랙홀과 시간의 시작, 우주의 운명을 연구하면서도, 늘 인간과 과학의 접점을 고민한 사상가이자 저술가였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루게릭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류에게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남긴 인물입니다.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그는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을 전공했습니다. 21세의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ALS)' 판정을 받았고, 의사들은 그에게 2년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예측을 정면으로 깨뜨렸고, 그 뒤로도 수십 년간 왕성하게 활동하며 학문과 사회적 영향력을 모두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그의 사고방식은 언제나 기존의 틀을 넘어서 있었습니다.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물론, 시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고민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본질적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를 연결하고자 노력하며, '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이론의 틀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시도와 아이디어를 남겼습니다. 그는 비록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누구보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몸이 아니라, 생각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의 힘은 우주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블랙홀과 시간, 우주연구의 선두자
스티븐 호킹의 대표적인 연구 주제는 '블랙홀'입니다. 그는 기존의 이론과 달리, 블랙홀도 '증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입니다. 이 이론은 블랙홀이 무조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사라지게 만든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으며, 블랙홀도 결국 에너지를 방출하며 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블랙홀과 양자역학, 열역학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가져왔고, 현재의 이론물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초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업적은 블랙홀이라는 신비한 존재를 단순한 상상 속의 개념이 아닌, 실제로 관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이 되도록 만든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라는 책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책은 복잡한 우주론과 물리학 개념을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면서, 과학서로는 이례적으로 전 세계 수천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는 어려운 이론보다 '왜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독자들은 그 질문에 빠져들었습니다. 호킹은 과학자로서의 업적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생명체의 미래, 인공지능의 위험성, 지구의 환경 위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그의 발언은 단지 SF적 상상이 아닌, 인류 생존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는 과학이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가치, 생존의 문제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주었습니다.
생각의 자유가 몸보다 더 멀리 간다는 것을 증명한 존재
스티븐 호킹은 단지 휠체어에 앉아 수식을 계산하는 과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 생각의 자유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존재였습니다. 루게릭병이라는 육체적 한계에 갇히면서도, 그는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넓은 우주를 상상하고 탐험했습니다. 그는 2018년 세상을 떠났지만, 남긴 메시지와 사유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보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만 파묻혀 있을 것이 아니라 더 큰 세계, 더 깊은 질문에 시선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삶은 고통과 한계로 가득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진리를 향한 열정은 결코 꺾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했습니다. 그의 유산은 단지 과학적 논문이나 공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체현한 인물이었고, ‘절망 속에서도 창조할 수 있다’는 위대한 영감을 남겼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를 타고 우주를 날아올랐던 것은 단지 은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실제였습니다. 그의 지성은 물리적 한계를 초월했고, 그의 메시지는 시대와 언어,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 닿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의 삶을 기억하며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우주를 상상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생각이 바로, 우리 모두가 가진 가장 강력한 에너지입니다.